11월 5일에 내년 국가직 9급 시험 일정이 나왔다고 해서 슬쩍 찾아봤다. 솔직히 시험 날짜가 박히면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 든다. 원서접수가 내년 1월 25일부터 29일까지고 필기시험이 3월 27일이라는데, 해 바뀌면 눈 깜짝할 사이에 3월이 올 것 같아서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데 이번 일정을 보면서 제일 눈에 띈 건 역시 한국사였다. 2027년부터 한국사 과목이 시험장에서 빠지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으로 바뀐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었지만, 막상 날짜까지 찍힌 일정을 보니까 이제 진짜구나 싶었다.
1. 원서접수 마감 날 저녁에 하려다 피 본 사람 꼭 나온다
일정을 쭉 보다가 원서접수 기간을 다시 봤다. 1월 25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1월 29일에 끝나는데, 마지막 날 마감 시간이 오후 6시다. 나는 왜 이런 마감 시간이 볼 때마다 아슬아슬한지 모르겠다. 꼭 29일까지라고만 적어두면 그날 밤 11시까지인 줄 알고 저녁 먹고 느긋하게 컴퓨터 켰다가 문 닫힌 거 보고 멘붕 오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할 뻔한 적이 있어서 이런 시간은 유독 신경이 쓰인다. 어차피 넣을 원서면 첫날이나 둘째 날에 후딱 해치우는 게 속 편하다. 직렬별로 몇 명 뽑는지 같은 자세한 공고는 1월 초에 나온다고 하니까, 그때 인원수 보고 마음 정한 뒤에 25일 열리자마자 접수하는 게 제일 안전할 것 같다.
시험 장소는 3월 19일에 나오고 그다음 주 토요일인 3월 27일에 바로 시험이다. 필기 합격자는 4월 30일에 발표하고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면접을 본 뒤 6월 16일에 최종 발표가 난다. 1월에 시작해서 6월 중순까지 거의 반년을 내리 달리는 일정이라 생각만 해도 진이 좀 빠진다.
2. 한능검은 시험 날짜가 아니라 성적 나오는 날이 핵심이었다
한국사가 한능검 3급 이상으로 바뀐다길래 처음에는 그냥 시험 전까지만 자격증 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까 아찔한 부분이 있었다. 필기시험 전날인 3월 26일까지 등급이 발표된 시험만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게 왜 무섭냐면, 3월 27일 전에 한능검 시험을 쳤더라도 성적 발표가 3월 26일을 넘어가 버리면 이번 시험에는 못 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괜히 막판에 시험 치고 점수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가 발표일 때문에 원서 날리면 진짜 억울해서 잠도 안 올 것 같다. 한능검 아직 안 딴 사람이라면 시험일이 아니라 성적 발표일이 3월 26일 전인지부터 무조건 확인해야 한다. 물론 성적을 언제까지 어디다 등록해야 하는지 그 마감일도 나중에 공고 뜨면 꼭 챙겨 봐야 마음이 놓일 듯하다.
그나마 진짜 다행이고 반가운 소식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이다. 옛날에 따둔 3급 이상 성적이 있으면 다시 안 봐도 그대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괜히 기간 지났다고 똑같은 역사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키지 않아서 이건 참 마음에 든다. 예전에 따둔 사람들은 이번에 짐을 확 덜었을 것 같아서 솔직히 좀 부럽다.
3. 한국사 빠졌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푸는 문제는 똑같이 100개라니
사실 내가 제일 허탈했던 건 시험 문제 수였다. 한국사 한 과목이 통째로 빠지니까 시험장에서 풀 문제가 80개로 줄어들고 시간도 좀 널널해지려나 싶었는데, 완전 내 착각이었다.
작년에 나온 개편안 내용을 보니 한국사 20문제가 빠지는 대신 국어, 영어, 그리고 전문과목 두 개가 전부 20문제에서 25문제로 늘어난다. 결국 시험장에서 풀어야 하는 전체 문제는 여전히 100개고, 시험 시간도 110분 그대로다. 조삼모사도 아니고 한국사 20문제 빼주고 나머지 네 과목에 5문제씩 얹어주다니 솔직히 좀 얄밉기까지 하다.
오히려 체감상으로는 더 빡세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는 암기 과목이라 아는 문제 나오면 몇 초 만에도 툭툭 풀고 넘어가서 시간을 벌어주곤 했는데, 이제는 지문 길고 시간 잡아먹는 국어나 영어, 전공 문제를 5개씩 더 풀어야 한다. 과목 하나 줄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한 과목당 25문제씩 시간 재고 푸는 연습을 죽어라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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