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살던 집을 비우는데 보상금이 300만원이라니. 구룡마을 보상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숫자다. 2024년 보상 통지 당시 이영만 구룡마을 자치회장은 300만원 단위로 통지받은 주민이 많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이 돈은 개별 물건에 매긴 보상액이다. 모든 주민이 손에 쥐는 전체 보상금이 300만원이라는 뜻이 아니다. 땅 주인인지, 살던 시설만 소유한 사람인지, 세 들어 살던 사람인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돈부터 아예 다르다.
1. 300만원은 무엇에 매긴 돈이었나
2024년 4월 24일 주민들이 받은 것은 개별 물건의 보상금 산정내역이었다. 당시 자치회를 통해 알려진 금액은 가진 물건에 따라 최저 250만원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였다. 주민 전체가 최종적으로 가져갈 총액을 합산한 숫자가 아니다.
자치회장이 반발한 건 30년 넘게 살아온 집에 매겨진 값이었다. 평생 살던 집을 비워야 하는데 몇백만원짜리 통지서를 받아 들면 누구라도 눈앞이 캄캄할 만하다. 다만 안타까운 사정과는 별개로, 보상금을 계산할 때는 살던 시설 값과 그 아래 땅값을 칼같이 따로 매긴다.
2. 집이 있다고 땅값까지 받는 게 아니다
구룡마을은 SH가 시행하는 수용·사용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이다. 땅 주인에게는 땅을 평가해 보상하고, 거주시설 주인에게는 그 시설만 평가해 보상한다. 남의 땅 위에 지은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땅값 보상은 나오지 않는다.
땅값은 비슷한 이용가치를 가진 표준지공시지가에서 출발해 평가 시점까지의 땅값 변동, 위치와 모양, 주변 환경, 이용상황을 반영한다. 단순히 개별공시지가에 면적만 곱하거나 옆 동네 신축 아파트 시세를 그대로 쳐주는 계산법이 아니다.
이번 사업으로 오르는 개발이익은 평가에서 뺀다. 사업을 위해 용도지역이 바뀌었다면 바뀌기 전이 기준이다. 불법으로 형질을 바꾼 땅이나 1989년 1월 24일 이후 지어진 무허가건축물 부지는 변경 전이나 건축 당시의 이용상황을 적용한다.
거주시설은 구조와 사용 상태, 면적,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 옮길 수 있는지 등을 따진다. 같은 마을에 살아도 가진 땅과 시설 상태가 제각각이니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3. 세입자는 집값 대신 무엇을 받나
세입자에게 당장 급한 건 이사할 때 드는 돈이다. 주거이전비는 요건을 갖춘 주택 소유자에게 2개월분, 세입자에게 4개월분을 쳐준다. 여기서 한 달분은 각자 내던 월세가 아니라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 기준이다.
소유자가 2개월분을 받으려면 사업에 편입되는 주거용 건축물에 실제로 살아야 한다. 실제로 살지 않은 소유자나 1989년 1월 24일 이후 지어진 무허가건축물에 살던 소유자는 빠진다. 구룡마을 거주시설을 가졌다고 무조건 2개월분을 얹어주지 않는다.
세입자는 관계 법령상 사업인정고시 등 고시 당시 사업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살았어야 한다. 무허가건축물 등의 세입자는 그 기준일에 1년 이상 거주해야 4개월분 대상에 들어간다.
짐을 빼는 이사비도 따로 나온다. 사업 때문에 이주하는 주거용 건축물 거주자에게 점유면적을 기준으로 인건비와 차량운임, 포장비 등을 계산해 준다. 물론 이는 일반 보상 기준이고, 구룡마을 각 가구의 기준일과 자격은 개별 통지나 재결 내용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4. 강남 아파트에 들어간다는 말의 실체
현금 보상 몇백만원으로 서울에서 새 집을 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임대주택 지원이다. 서울시와 SH는 2023년 3월 임시이주를 돕기 위해 임대보증금 전액 지원과 임대료 60~100% 지원·감면 대책을 내놨다.
당시 발표를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자는 주거급여를 통해 임대료를 전액 지원하거나 감면해 주고, 나머지 주민은 60%를 깎아주는 내용이었다. 신청을 받아 서류 검증을 거쳐야 하고, 보증금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현금을 통장에 넣어주는 게 아니다.
나중에 지어질 새 아파트에 재정착하는 방법도 임대주택 공급이었다. 2023년 공고 설명 당시 대상은 구룡마을의 주거용 무허가건축물을 소유하면서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구성원 등이었다. 그때 제시된 면적은 전용 55㎡ 이하, 자진 이주하면 60㎡ 이하였다. 다만 이는 2023년 당시 조건이라 2026년 최종 공급 면적도 똑같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당시 파악한 건축물 상태로는 분양권을 받을 대상 세대가 없고 임대주택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강남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 산다는 말과 내 이름으로 분양받는다를 헷갈리면 안 된다. 보상 이야기에서 가장 기대가 컸을 대목인데,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임대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5. 서류상 소유권은 넘어갔는데 이주는 아직이다
2025년 8월 사업구역의 토지와 물건 소유권은 이미 SH로 넘어갔다. 보상협의를 마친 곳은 계약했고, 협의가 안 된 땅과 물건은 수용재결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서류 정리가 끝났다고 사람까지 다 떠난 건 아니다. 2026년 10월 29일 기준으로 아직 이주하지 않은 가구가 약 140가구 남아 있고, SH가 낸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2027년 상반기까지 이주를 끝내고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7월 심의를 통과한 M·B2 두 블록은 총 2120세대 규모로, 기존 주민이 들어갈 통합공공임대 등이 포함된다. 준공 목표는 2031년이지만 승인 과정에서 계획은 바뀔 수 있다.
그사이 당장 잘 곳을 잃은 주민들도 생겼다. 10월 27일 화재가 나면서 서울시와 강남구, SH는 이재민에게 7일간 임시숙소를 내주고 공공임대주택 등을 활용한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LH 임대주택을 2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안도 관계기관끼리 협의하고 있다. 2031년 새 단지 완공은 먼 이야기고, 당장 몸을 누일 집과 매달 낼 임대료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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