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9월 28일 현재 정부는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9월 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본조사를 마치고 현장 확인을 하는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조사 결과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조사를 계속하되 조사 뒤 농지를 처리하는 방침을 바꾸겠다고 했다. 조사가 끝난 것도, 조사받으면 반드시 농지를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1. 누가 중단을 요구했나
국민의힘은 9월 21일 농지 전수조사를 중단하고 농지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사람과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산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다루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22일에는 전수조사 전면 중단을 다시 촉구했다.
소유자가 조사에 대비해 기존 임대차를 끝내면 실제로 농사를 짓던 사람이 경작지를 잃을 수 있으므로, 이런 우려를 살펴야 한다. 농지를 쉬게 둔 이유도 제각각이다. 농민신문은 경사가 심하거나 진입로가 좁아 빌려 농사짓겠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농지도 취재했다.
반대로 농지를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경작하는지 조사할 필요도 있다. 작물을 잠깐 심어 경작 중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의혹까지 나온 만큼, 서류와 현장을 확인하는 일 자체를 멈추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신 실제 경작자와 휴경 사유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2. 정부는 조사를 계속한다
정부가 5월에 발표한 올해 일정은 1996년 1월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한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다. 기본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위성사진 등을 대조했고, 8월부터 12월까지 계획된 심층조사에서는 조사원이 농지의 이용 상태를 현장에서 확인한다.
심층조사 대상이 됐다고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도 9월 21일 조사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 연락을 받거나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로 분류돼도 곧바로 농지 처분 통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3. 처분 방침은 어떻게 달라지나
농식품부는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 명백한 투기는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허가 없이 야적장이나 야영장으로 쓰는 중대한 불법 전용도 엄정하게 다룬다는 방침이다.
고령·상속 등 농촌 사정으로 생긴 휴경이나 관행적 임대차는 먼저 경작·임대 방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경작·임대 방식을 바로잡기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맡겨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시설의 사후 허용에 필요한 특별조치법은 아직 제정 추진 단계다. 발표만으로 모든 휴경·임대차 위반이 허용되거나 모든 시설물이 합법이 된 것은 아니다.
4. 농지값 하락은 조사 때문일까
조사 중단 요구에는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폭락했다는 주장도 들어 있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전국 통계에서는 올해 1~7월 평균 농지 실거래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논과 밭의 거래 필지 수는 2.2% 늘었다.
이 수치만으로 전국 거래가 멈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특정 지역에서 농지를 팔기 어려워졌다는 호소도 무시할 수 없다. 조사 때문에 가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이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나는 조사 뒤 정부가 투기 여부를 확인하면서도,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소유자와 그 땅에서 계속 농사짓는 임차인의 사정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약속한 경작·임대 방식 정비와 처분의무 유예가 실제로 언제,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는 특별조치법과 후속 안내가 나와야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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