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를 은행에서 만들지, 증권사에서 만들지 고민이라면 먼저 담을 상품부터 정하는 편이 낫다. 예금을 담을지, 국내 주식·ETF를 직접 거래할지, 운용을 맡길지에 따라 필요한 계좌 유형이 달라진다. 절세 혜택만 보고 고르면 상품이나 비용에서 생각과 어긋날 수 있다.
1. 은행 이름보다 계좌 유형이 먼저다
ISA는 신탁형·중개형·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상품을 골라 운용을 지시하면 금융회사가 그 지시대로 관리한다. 중개형은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방식이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제시한 투자 구성인 모델포트폴리오를 선택하고 운용을 맡긴다.
은행에서도 일임형을 제공하고, 증권사에서도 신탁형을 취급한다. 따라서 은행은 신탁형, 증권사는 중개형이라고만 나누면 선택지가 빠진다. 금융회사 이름을 비교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돈을 굴릴지부터 정해야 한다.
2. 예금은 신탁형, 직접 주식 거래는 중개형이다
예금을 담으려면 신탁형을 살펴야 한다. 중개형에는 예·적금을 넣을 수 없다. 반대로 국내 상장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유형은 중개형뿐이다. 신탁형에서 상품을 직접 고른다는 설명이 주식을 직접 주문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중개형에서는 국내 상장 ETF·ETN, 펀드, 국내 채권, RP 등도 선택할 수 있다. ETF는 여러 자산을 담아 주식처럼 거래하는 펀드다. 다만 미국 주식이나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살 수는 없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에 상장된 해외 투자 ETF를 담는 방법이 있다.
같은 유형이라도 금융회사마다 취급하는 상품은 다를 수 있다. 원하는 예금이나 ETF가 있다면 그 상품을 담을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비교가 끝난다.
3. 3년을 채워야 하고, 인출한 한도는 돌아오지 않는다
ISA의 공통 단점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의무가입기간이 3년이라는 점이다. 법에서 정한 특별해지 사유 없이 그 전에 해지하면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감면받은 세액이 추징될 수 있다. 곧 써야 할 돈을 넣을 생각이라면 이 조건부터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돈이 전부 묶이는 것은 아니다. 납입한 원금 범위에서는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다만 꺼낸 금액만큼 납입한도가 다시 생기지는 않는다. 돈을 뺄 수 있다는 것과 그 돈을 한도에 영향 없이 다시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납입한도는 연 2,000만 원, 누적 최대 1억 원이며, 쓰지 않은 연간 한도는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1인 1계좌만 만들 수 있으므로 은행용과 증권사용을 각각 개설해 쓰는 방식은 안 된다.
4. 은행 계좌라도 담은 상품에 따라 손실이 난다
은행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ISA 전체의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신탁형에 펀드나 ELS 같은 투자상품을 담으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한다. 안전성을 판단할 때는 계좌를 만든 곳보다 안에 담은 상품을 봐야 한다.
신탁형의 예금자보호는 보호 대상 상품에만 적용된다. 보호한도는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별로 다른 보호상품과 합산해 1인당 1억 원이다. ISA에 담았다고 별도의 보호한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개형의 주식·ETF 같은 투자상품도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증권을 사는 데 쓰지 않은 예탁금의 현금 잔액은 해당 증권사의 다른 보호상품과 합산해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1인당 1억 원까지 보호한다.
5. 절세 한도는 같고, 상품과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
일반형·서민형·농어민형 중 같은 가입 구분이라면 신탁형·중개형·일임형의 비과세 한도는 같다.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 원이다. 이를 초과하는 과세 대상 순이익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9.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분리과세는 해당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 비과세 한도는 매년 새로 생기는 금액이 아니라 계좌 유지기간 전체에 적용된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바꿔 고른다고 같은 가입 구분의 비과세 한도가 커지지는 않는다.
차이가 나는 곳은 비용이다. 신탁형은 담은 자산과 금융회사에 따라 신탁보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일임형은 운용수수료에 더해 편입 펀드의 운용보수·기타보수나 환매수수료가 남는 경우도 있다. 중개형도 거래수수료와 상품 자체 비용을 살펴야 한다.
예금 중심이라면 신탁형에서 실제로 담을 예금의 금리와 보수를 함께 비교하면 된다. 직접 주식·ETF를 거래하려면 중개형의 취급 상품과 거래비용을, 운용을 맡기려면 일임형의 투자 구성과 전체 비용을 본다. 원하는 상품을 담을 수 있고, 그 상품을 유지하는 비용이 납득되는 계좌인지가 선택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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