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은 국제 경제 뉴스에서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개인까지 제재할 수 있는 조치를 뜻한다. ‘제3자 제재’ 또는 ‘2차 제재’라고도 부른다. 상대의 거래처까지 압박해 돈과 물자가 오가는 길을 좁히는 방식이다.
다만 ‘거래하면 모두 즉시 처벌한다’고 외우면 틀리기 쉽다. 누구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어느 법과 행정명령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대상과 조건이 달라진다. 뜻을 이해할 때도 이 부분은 함께 챙겨야 한다.
1. 불매운동과는 누가 무엇을 막는지가 다르다
보이콧이라고 하면 소비자가 특정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부터 떠오른다. 구매나 참여를 거부해 상대에게 압력을 주는 행동이다.
국가가 가하는 제재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정부가 법적 권한으로 거래와 금융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다. 소비자에게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인 불이익이 따른다.
가상의 사례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미국이 A사를 제재했는데 제3국의 B사가 A사와 제재 요건에 해당하는 거래를 계속한다. 이때 B사에도 미국 금융시장 접근 제한 등을 부과할 수 있다면 2차 제재가 작동하는 구조다. 처음 겨냥한 A사에 더해 B사까지 압박하는 것이다.
영어 자료에서는 문맥도 살펴야 한다. 국가의 경제 제재는 보통 secondary sanctions라고 한다. 미국 노동법의 secondary boycott는 노조가 분쟁 상대 회사의 거래처를 압박하는 문제를 가리킨다. 중립적인 거래처에 거래 중단을 강요하는 일정한 행위는 금지되지만, 적법한 1차 파업·피케팅이 거래처에 영향을 줬다고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영어 표현을 봤다고 국가 제재와 노동법 규칙을 섞어 읽으면 곤란하다.
2. 1차와 2차는 제재를 가한 횟수가 아니다
1차 제재를 한 번 받고 또 받으면 2차 제재가 되는 걸까? 여기서 숫자는 처벌 횟수가 아니다.
미국의 1차 제재는 미국인·미국 기업, 미국 금융기관을 거치는 거래처럼 미국의 관할권과 연결된 사람이나 거래를 규제한다. 외국 기업도 거래에 미국과의 연결이 있으면 해당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외국 회사니까 무조건 2차 제재’도 맞지 않는다.
2차 제재에서는 그런 연결이 없는 비미국인·외국 기업도 거래에 따라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거래 당사자들이 속한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거래여도 미국 시장이나 금융망에 접근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재 대상과의 거래에서 얻을 이익과 미국 쪽 거래를 잃을 부담을 함께 따지게 된다. 이것이 제3국 기업까지 영향을 받는 이유다.
3. 미국 금융망에서 밀려나는 부담
압박의 수단은 제재마다 다르다. 미국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수출허가를 제한할 수도 있고, 자산 동결 대상에 올릴 수도 있다.
이란 관련 행정명령 13902를 예로 들면,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사람의 미국 내 자산과 미국인이 보유·관리하는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에는 미국 내 환거래계좌나 결제용 계좌를 새로 열지 못하게 하거나, 기존 계좌 유지에 금지 또는 엄격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해외 은행이 미국 은행을 통해 결제를 처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미국과 거래할 일이 많은 기업이나 은행이라면 특정 거래처 하나를 잃는 것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 제재가 부과되기 전에도 거래를 줄이거나 중단할 이유가 생긴다. 제재 대상과 거래하지 말라는 요구가 그 주변 거래처의 판단까지 바꾸는 것이다.
4. 거래했다는 사실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적용 조건은 개별 규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란 관련 행정명령 13902의 특정 거래 조항에는 ‘알면서’ 참여했는지와 거래의 ‘중대성’ 같은 요건이 들어 있다.
여기서 ‘알면서’는 실제로 알고 있었던 경우만 뜻하지 않는다. 알았어야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대성도 금액 하나만 보고 정하지 않는다. 상품·서비스의 가치와 수량·빈도, 성격과 상업적 목적, 경영진의 인지 수준, 반복적인 행위인지, 지정된 제재 대상자의 관여, 제재 목적에 미치는 영향, 기만적 수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OFAC의 행정명령 13902 해석](https://ofac.treasury.gov/faqs/833)에 나온 기준이다.
반대로 이 요건을 모든 제재 조항에 똑같이 붙여서도 안 된다. 특정 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지정하는 조항과 거래를 수행한 사람을 지정하는 조항은 별개다. ‘거래 금액이 작으니 괜찮다’거나 ‘직접 물건을 팔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5. 예외가 있어도 상품명만 봐서는 안 된다
이란에 농산물·식품·의약품·의료기기를 공급하는 거래에는 인도적 예외가 있다. OFAC은 이런 판매에 참여하는 비미국인이 일반적으로 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의약품이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거래해도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 테러 지원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해 지정된 제재 대상자가 관여한다면 별도로 허용되는 근거가 있는지 봐야 한다. [OFAC의 인도적 거래 안내](https://ofac.treasury.gov/faqs/844)도 이 조건을 붙인다. 일반허가 역시 정해진 거래와 대상, 조건 안에서 적용된다.
다른 나라의 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EU의 차단법은 부속서에 열거된 특정 미국 제재법에 대해 EU 사업자의 준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모든 미국 제재를 무시해도 된다는 규정은 아니다. 준수하지 않으면 사업자나 EU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예외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내용은 [EU 집행위원회의 차단법 안내](https://finance.ec.europa.eu/eu-and-world/open-strategic-autonomy/extraterritoriality-blocking-statute_e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거래를 판단할 때는 상대의 국적이나 상품명만 봐서는 부족하다. 적용되는 제재 근거, 거래 상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사유, 결제에 관여하는 금융기관, 예외·허가 조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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